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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로테이션 09

뜨끈한 타코야키의 김이 얼굴을 덮었다. 후후 불수록 식기는 커녕 성이라도 내듯 모락모락 나는 연기에 혀를 차고서는 이쑤시개를 얌전히 그릇 위 구석에 쑤셔넣었다. 급하게 먹었다가 아까 입천장을 데일 뻔 했기에 이번에 같은 경험을 굳이 굳이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까부터 그렇게 시끄러운 지민이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지 말없이 묵묵하게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윤기의 눈치를 흘긋 봤다. 하나 먹어보겠냐는 말에 아까 한 번 거절했기에 다시 한 번 권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맛있는 걸 들고 있자니 영 마음이 불편했다.


"진짜 안 드세ㅇ..."

"안 먹는다고."

"아, 알겠어요...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내가 언제."


조심스럽게 묻자 조금은 높은 톤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그에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누가 화를 안 내, 방금 잔뜩 성질내 놓고. 마음 같아서는 따지고 싶었지만 오늘은 일본어로 도움도 줬겠다, 굳이 파고들지는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 외였던 것은 윤기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유창한 발음의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근데, 윤기씨."

"어."

"일본어는 언제 배우셨어요?"


조금이나마 식은 타코야키를 입 안에 조심스럽게 넣으며 지민이 물었다. 우물우물 잔뜩 머금은 채로 그 와중에 말까지 하니 퍽 보기 싫은 얼굴이었지만 흘긋 보니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이라서 잔소리 대신 한숨만 푹 내쉬었다. 사람 마음은 표정에도 들어난다고, 딱 봐도 쓸데없는 걸 또 묻는 게 거슬린다는 얼굴을 하고있는 윤기를 보고 더 물어보려던 걸 입만 꾹 다물었다.


"먹고 좀 말하지?"

"아니...그럴수도 있지..."

"난 안 그래."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말하는 윤기에 대답 대신 급하게 타코야키를 씹어 넘겼다. 그러다가 또 사레가 들렸는지 혼자서 기침을 해대는데 오만상을 다 지으며 결국 기어이 등을 두드려 줬다.


"넌 진짜 가끔가다 보면 애가 멍청한 것 같아."

"아니거든요!!!"


그 말에 또 발끈하더니 이내 다시 기침을 여러번 해대던 지민은 보기 싫은 모습을 보여서 그런 것인지 그저 윤기가 두드려 주는 손의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져서인지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밤이라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 굳이 지민의 얼굴이 빨개졌다는 것까지 신경을 쓰지 않는 윤기였지만.


결국 일본어를 왜 배웠는지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어릴 적 무용을 배우면서 다른 것들에 대한 신경을 소홀하게 하며 살았기에 공부나 언어 등에 관한 지식은 남들보다 배는 부족한 실력이었다. 더 최악이었던 건 그런 환경에 놓여 취약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부하려고 하지는 않았던 과거의 태도였다.


하지만 지금 후회해봤자 어찌할 도리도 없고. 그런 부분들이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드러나는 것이 한없이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그 덕분에 윤기의 유창한 일본어를 듣게 됐다는 이점은 있었지만. 이런 기회가 몇이나 될까, 알 법이 없었다. 지민의 생활 곳곳에는 현대 무용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도, 거부하고 싶지도, 없었던 것처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인정하고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는 싶었지만 현실에 대한 인정의 쓴 맛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 사실도 또한 지민은 알고있었고. 그걸 감내하면서도 지금 윤기의 매니저를 하고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제 그만 가자는 말에 수긍하듯 대답없이 먼저 한 발 앞서가는 윤기의 걸음을 따랐다. 타코야키 8개는 금세 지민의 입에 들어가기 일수였고, 어느새 보니 텅 빈 상자만 남았기에 지나가면서 쓰레기통에 툭 던져 넣었다. 다시 연습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가벼웠다.


"윤기씨, 이제 연습장에서 짐 챙기고, 차에 타서 호텔로 이동하시면 돼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

"그리고 감사해요, 오늘 같이 와주셔서...저 혼자면 못 왔을 거예요."

"너 때문에 온 거 아니라니까."

"그래도..."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부정하듯 노려봤지만 지민은 개의치 않는듯 눈웃음을 잔뜩 흘릴 뿐이었다. 내가 얘한테 뭘 바라냐 싶었지만 또 새삼 축제를 즐겼다고 말하는 걸 보고서 마냥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편에 속했다. 우울한 표정의 지민과 웃고있는 표정의 지민 중 무엇을 더 선호하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웃는 편이 훨씬 나았으니까.


"고마우면, 대답해봐."

"네?"

"현대무용 이야기. 계속 해보라고."

"아..."


윤기의 말에 입이 자연스레 꾹 닫혔다. 현대무용이라니. 그거야 당연히 오는 길에 한 번 말을 꺼냈었고 어영부영 넘어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의 윤기라서 언젠가 한번쯤은 다시 물어오겠구나 싶었지만 벌써? 한참이나 대답이 없지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미간을 구긴 윤기의 시선이 잔뜩 지민에게로 향했다.


"왜 대답 안 하는데."

"그게요...들어도 재미없을거고..."

"재밌는 얘기 하라고 한 기억은 없는데."

"아니..."


해봐. 누가 봐도 명령조로 말하는 말투에 손가락만 꼼지락 거렸다. 솔직히 말해 처음이었다. 사고가 난 이후로 누군가에게 현대 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지민의 인생은 그저 실패한 인생이라고 많이들 말했으니까.


혹시 윤기씨도 내 이야기를 듣고 바보 같다거나 실패자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되지도 않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그러한 고민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려고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렇다는 단순한 이유도,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저 무용에 관한 대화 주제만 나오면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이번 경우도 예외가 아닐수가 없었고.


"어릴 때부터 무용이 좋았어요."

"......"

"하늘하늘 거리고, 되게 예쁘잖아요."


그 말에 수긍을 하는 것인지 윤기는 말없이 하늘만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서 지극히 박지민 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무용이 하늘하늘 거리고 예쁘다니. 누구나 머릿속에 한가지씩 무언가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는 하나 지민의 경우 무용은 그런 예쁜 것들과 거리가 가까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무용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무, 물론...뭐, 어렵고. 그랬는데..."

"......"

"윤기씨도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요...하다보면,"


정이 들잖아요.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 동정을 요구하는듯한 말투라는 것을 자각하고 급하게 입을 다물었지만 윤기는 생각보다 진지한 얼굴로 대화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표정을 풀었다. 평소보던 얼굴과는 확연히 다른 얼굴이었다.


진지하게 지민의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깊숙히, 더 깊게 느껴졌다.


"저, 그래도...과거에 무용 좀 했었는데..."

"......"

"대회 나가서 저...상도 많이 받고요...후원도 많이 들어왔고..."


듣고 보니 지민의 몸짓이나 행동들이 일반 사람들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머리에 박혔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스트레칭을 가르쳐 줄 때 제법 유연한 동작들과 몸 곳곳에 잡혀있는 잔근육들. 단순히 운동을 해서 생기는 근육들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각이 잡히고 아름다운 형태였다.


다시 말해, 쉬운 동작들로 이루어진 구조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그만뒀어."


윤기의 단순한 말 한마디가 심장을 찌를듯이 푹푹 깊게 들어왔다. 심장 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목이 탔다. 제일 대답하기 싫은 대목이었다. 제일 말하기 싫은 대목이었다. 제일 인정하기 싫은 대목이었다. 지민의 인생이 흑백으로 변한 부분이었다.


"발목...을 다쳐서요."

"......"

"제가...제가...제대로 스트레칭을 안해서...그래서..."

"야."

"그냥...저는...평소처럼 하면...될 줄 알고...스트레칭...안했는데..."

"박지민."

"한 번 턴을 돌고 위로 뛰어오를 때...그대로...크게 넘어지고...진짜...국제 무용 콩쿠르였는데...거기서..."

"됐어. 그만 얘기해."

"거기서...넘어지고...저...저는..."

"됐다니까!!!"


무섭게 귀를 찌르는 고함에 움찔하고 지민이 입을 닫았다. 어떻게 멈춰세우지 않을수가 있었을까. 말하면서 기어이 눈물까지 흘리는데. 그걸 본인은 자각도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고. 평소보다 배는 애처롭게 입술을 내리고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는데 이상하게 심기가 불편했다.


이렇게 슬퍼하고 눈물 흘릴 줄 알았다면 무용에 관한 어떠한 것이라도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 말해. 그 마지막 한 마디를 하자 서럼움이 복받쳤는지 기어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안아주지도 못하고, 위로에는 자신도 없고. 책임지지 못할거면 애초에 왜 말을 꺼냈는지 후회를 할 쯤에 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죄송해요...매일 우울한 이야기들만 하고...그러니까, 윤기씨는 스트레칭 열심히 하셔야 해요."

"...박지민."

"제가 허투루 말하는 게 아니라...정말 스트레칭 열심히 하셔야 해요."


본인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앞으로는 사고를 위해서라도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우는 와중에 열심히 말하는 걸 보고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미간을 잔뜩 구기고 엄연히 화났다는 표정까지 내비췄음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스트레칭만 말하는 지민의 입을 보다못해 손을 갖다대 꾹 막았다.


"읍..."


갑자기 틀어막힌 입에 당황했는지 그대로 자리에 우뚝 멈춰선 지민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사람이 이리도 바보같고, 미련할까.


"해."

"......"

"하라고. 네가 좋아하는 무용. 나 안 말려."

"......"

"내가 은퇴하고 나면 스케이트 평생 안 할 것 같아? 웃기는 소리 하지마."

"......"

"지금 시작해도 안 늦잖아. 누가 너보고 대회를 나가래? 아니면 무대에 서래?"

"......"


얌전해진 지민의 모습을 보고 서서히 손을 놨다. 훨씬 조용해졌지만 아직도 울먹거리는 기미가 사라지지 않는 지민의 표정이 뒤이어 어두워졌다.


"그치만...이제...너무 늦어서..."

"이번 그랑프리 안무 네가 짜."

"......"

"......"

"...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다가 뒤늦게서야 말을 내뱉었다. 지, 지금 뭐라고? 화들짝 놀란 건 그 말을 들은 지민 뿐만이 아니었다. 내뱉은 윤기 쪽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충동적이었다. 당연히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할 생각이었기에 안무 또한 윤기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었지만.


프로에 맡기는 것도 아니고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지민이라니. 평소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이 갑자기 입 밖으로 튀어나오니 황당한 쪽을 고르라면 윤기 쪽이 더 컸다. 스스로 튀어나온 말에 어이 없어서 허, 하고 실소를 터뜨리다가도 자신이 뭘 들었는지 확신도 못하며 횡설수설 이상한 말들이나 내뱉고 앉아있는 지민을 보다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쐐기를 박았다.


"내 안무 네가 짜라."

JM BOTTOM/ONLY SUJ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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