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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만 10년 01

그는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남산동 부부 강도 살인 사건 피해자 아들 박지민. 너 맞지?"


너무 다정해서 미울 만큼. 처음 와 본 검찰청인지 경찰서인지 뭔지는 너무나도 스산한 분위기를 하고있었다. 매일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소에 직접 와볼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문서라도 작성하는 것인지 노트북 타자판 두들기는 소리만 연신 귓가에 울렸다.


거북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아직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였다. 평소라면 집에 돌아가 엄마가 만든 따뜻한 미역국이라도 배에 채우며 아빠랑 얘기하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 마저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 과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의자에 턱하니 앉아서는 제게 질문을 하는 한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디선가 익숙한 얼굴. 아무것도 모르고 어제 오후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 태형이가 실수로 잘못 차 세게 강타해버린 검정 승용차의 주인이었다. 뭐라도 되는 양 큰 목소리로 호통을 치긴 했지만.


어른이 뭣도 안되는 존재라는 것을 다 아는 나이이기에. 돈만 청구하지 않으면 상관 없었다. 아저씨가 뭐라도 돼요? 버릇 없게 비싯 웃으며 건넸던 어제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렇게, 검사와 증인으로 만날 사이였으면. 조금이라도 잘 보여두는 게 좋았던 것일까.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여전히 검사의 말에 대답 없이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순순히 대답해 주기는 싫었다. 그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으니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은 오늘 오후의 일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야자를 째고.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고 물으며 집으로 들어오는 동안,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퍼져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달짝지근한 닭볶음탕의 냄새도 아니고, 평소 좋아하던 오징어 볶음의 냄새도 아닌 그것은.


피냄새였다. 코를 찌를 정도로 심한 피냄새. 달달 떨리는 걸음으로 거실을 향하자 보이는 광경 탓에 그 자리에서 곧장 헛구역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온통 어질러져있는 집안과 오늘 저녁으로 먹으려 했던 것인지 싱크대 위에 올라와있는 삼겹살.


온통 피로 물든 거실 바닥과 그 위에 잔인하게 칼에 찔려 누워있는 부모님의 시체 두 구.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10분 뒤. 그러니까 겨우 정신을 차린 후였다. 이상하게,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사람이 돌아가시면 죽을만큼 슬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그 덕에 증인이니 뭐니로 검찰청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말이었다. 부모님은 강도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니, 추정이다기 보다는 확신에 가까웠다. 근처를 어슬렁 거리고 있던 중년의 남성을 잡았으니까.


그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옷에는 온통 부모님의 피가 튀어 있었고, 신발도 급하게 신은 채 나왔다는 게 보였으며 제일 확실한 증거는 옷 주머니 안이며, 양말 안이며 어느 곳이던 부모님이 평소 아끼시던 시계와 반지, 목걸이들이 쏟아져 나왔단 것이었다.


그렇게 확실하면서. 굳이 이제와서 아들의 증언이 필요하단 말인가? 아직 부모님의 죽음을 인정하지도 못하겠는 이 상황에? 너무나도 불합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도 더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럼에도 세상은 잘만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제 부모님이 죽었는데. 살해를 당했는데. 집값 떨어질 걱정이나 하고 있고 한순간에 고아가 된 지민은 갈 곳도 없어 그저 헤맬 뿐이었다. 분명 이 사람들도 그저 일이니까 할 뿐이겠지만서도.


"대답 안 할거야, 박지민?"

"...안 할 건데요."


괜히 그런 심리에 툭 하고 말을 내던졌다. 문서를 검토하다가 오랜 시간 동안 닫혔던 입이 드디어 열리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검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인지 차분하게 내려온 흑발이 어제보다 유난히 더 정갈해 보였다. 하얀 얼굴에는 핏기 하나라도 없어 보였다. 찌르면 피 한 방울이라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얼굴.


지민의 당돌한 대답에 머리가 아파 오는지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두어 번 꾹꾹 누른 그는 한탄 섞인 말을 다시금 건네왔다.


"네 증언이 있어야 피의자를 확실히 감옥에 처넣지."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증거 많다면서요."


증거가 많...들려오는 대답에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대체 요새 고딩들은 속이 어디서부터 꼬인 거야. 분명 저도 반항기라는 시절이 있었지만 자신의 부모님이 살해 당했다는데 이렇게까지 증언을 거부하는 녀석은 처음 봤다.


그것도 저렇게나 당돌하게. 분명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저렇게 나올 상황인가. 고개만 절레 절레 흔들자 앞에 있던 김 계장과 눈이 마주쳤다. 손을 들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것이 이제 그만 하고 집에 돌려보내라는 신호인듯 싶었다.


아차 싶어 시계를 바라보자 시각은 어느덧 밤 10시. 오후 8시부터 앉혀놨으니 어언 2시간이나 혼자 떠들었던 셈이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녀석은 아무 대답도, 아무 증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공간이 거북해서일까. 책상 위에 켜뒀던 녹음기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일어섰다.


더이상 물어봤자 아무것도 대답할 것 같지 않았고. 확실히 미성년자를 10시까지 붙들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에. 걸어두었던 코트를 정장 위에 걸치고 테이블 위에 놔뒀던 키를 챙겨들었다. 아직까지도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꼰 채로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는 녀석에게 한마디 했다.


"일어나. 데려다 줄게."



-



원래 고등학생 하면 시끄럽게 떠드는 게 정상 아닌가. 차를 몰아 한참 도로를 달리며 생각했다. 조수석에 태운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니면 못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뚫어져라 반대편의 풍경을 바라보는 지민에게는 함부로 말을 걸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는데 선뜻 녀석이 먼저 말을 건네왔다.


"아저씨."


아저...지금 뭐? 순간 차를 갓길에 세우고 그대로 물어 따질 뻔 했지만 나이차가 꽤 나는 마당에 지민에게 아저씨라 불리는 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또 한참동안 말이 없더니 다시 녀석은 저를 불러왔다.


"아저씨."

"어."

"...근데 저 지금 어디로 가요?"


아. 순간 지민의 물음에 머리가 띵했다. 어디로 가냐니. 당연히 집으로, 라고 생각했던 게 큰 오산이었다. 집은 현재 출입이 통제된 구역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이 들어가 잠들어야할 방이 살인 현장이 되어버렸으니. 굳이 들어가는 것을 말릴 수야 없었지만 부모님의 시체가 누워있었던 그 서늘한 공간에 굳이 17밖에 안된 녀석을 눕히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다시금 입을 삐죽 내미는 지민을 보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출발할 때부터 목적지를 물어보지 않은 제 잘못이었다.


"삼촌이나 고모집 같은데. 갈 곳 없어?"

"있긴 한데요."

"그럼 거기로 가자."

"부산인데요."


지민의 말에 머리가 아팠다. 부산이라고? 여기는 그러니까, 완전히 서울 한복판. 부산까지 가려면 적어도 5시간은 차를 타고 내리 고속도로를 달려야 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연락은 가 있다고 한들 이 시간에 간다면 적어도 새벽일텐데. 그 시각은 무리감이 없지 않아 있고.


그대로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출근을 했다가는 내일 보고서는 커녕 그대로 넉다운이 될 본인의 모습이 보였기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슨 뾰족한 수 없나. 대체 증인에게 왜 이토록 신경을 써줘야 하는지 모르겠으면서도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동정심일지도 모른다. 그저 검찰청에서 이만 집에 들어가봐도 좋다는 말 한 마디로 끝내면 됐을 인연을 굳이 굳이 차로 태워다 주겠다며 더 잇고 있으니까. 지민과 제 상황은 정반대였다. 그의 나이 15살. 그러니까, 10년은 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살해 용의자로 체포 됐었다. 한없이 다정했던 아버지가 체포된 것에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겠다마는. 그 당시 집은 가난했고, 빚은 쌓일만큼 쌓여있었고. 그 빚을 독촉하러 나온 한 사람을 찔러 죽인 것 뿐이었다. 말이야 간단했지만.


당연히 감옥으로 가게 되었고 현재까지 단 한번도 면회란 것을 가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를 증오한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의 상황도 전부 이해가 갔고, 왜 그랬는지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를 보러가지 않았던 것은 쓸데없는 자만심, 혹은 자신이 검사이기 때문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한숨과 함께 미간을 꾹 꾹 눌렀다. 지민에게 이토록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은 분명 동정심이 분명하다.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힌 쪽은 제 부모인데.


주위에서는 마치 자신이 살인자라도 되는 양 매도했으니까. 그런 상황이 와서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미 본인은 그 상처를 다 극복했음에도, 눈에 보이는 녀석은 마음이 한움큼 파여있다는 것을 알기에. 손가락으로 핸들을 툭툭툭 두들기다가 결심이라도 한듯 한마디 했다.


"일단 우리집 가자."

"...싫은데요?"

"왜."

"아니 그냥,"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앙다무는 지민을 바라보다가 웬일로 나긋나긋하게 다시 말을 건넸다.


"아무짓도 안 해. 캐묻지도 않을게. 일단 갈 곳이 없으니까. 갈 곳 정해질 때까지만 우리집에 묵어. 돈 달라고도 안 할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적응되지 않을 정도의 당돌함을 너무 얕봤던 것일까. 곧장 들려오는 대답을 듣고 피실 웃었다. 그래, 어련하시겠어.


"근데요, 아저씨."

"왜."

"무슨 사람이 차에 껌같은 것도 안 놔둬요?"

"어?"

"보통 놔두는 게 예의 아닌가. 다음번에는 놔두세요."


허, 누가 누구한테 말할 입장인가 싶으면서도 참으로 고등학생 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해 아무말 없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방은 손님방을 내어줘야하나. 거기 안 쓴지 오래돼서 곰팡이 냄새 날 것 같은데. 정 안되면 내 방에서 재우고 내가 소파에서 자지 뭐.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지민이 집을 구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재판도 조만간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였다. 범인은 잡혔고 진술서만 작성해 기소하면 끝이니까. 그런데, 17살이면 고등학교 1학년인가? 세월 참 빨랐다. 그 나이를 지나친지 벌써 8년이니까.


사실 집에서 산다는 표현보다는 집으로 왕복한다는 표현이 그에게는 어울리는 말이었다. 워낙 바쁜 삶을 살기도 했고, 집에 여유롭게 머물 시간은 주말밖에 없었으니 다른말로 표현하자면 그저 주말동안 머무는 자그마한 호텔일 뿐이었다.


그 탓인가. 주차를 하고 집을 찾았을 때 생각보다 어지러운 거실에 잠시 머리가 아팠다. 치운다고 치웠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요새 사건이 자주 터져 바빴으니까. 연말이 되어서 그럴까. 툭하면 일어나는 살인사건에 툭하면 일어나는 강도 사건.


현관문 앞에서 들어가라는 소리도 한 적 없는데 벌써 신발을 벗고 들어가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녀석도 그 피해자 중 하나였지만. 한숨을 내쉬며 따라 들어갔다. 자나 깨나,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아도 속으로는 상처가 많을 것이 분명했다.


치유해줄 의무는 없었지만.

치유를 안 해줄 의무도 없었으니까.



-



"지민아,"


녀석. 벌써 낮 2시인데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늘어져라 자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때가 되면 일어나겠지 싶어 놔뒀던 게 큰 오산이었다. 지민은 12시가 넘어도, 2시가 넘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쏜살같은 주중이 지나고 주말이 다가왔음을 크게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지민의 늦잠이었다.


방학이 됐다는 핑계로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교복 차림으로 잠들어서는. 부엌에서 계란 후라이를 뒤집다 말고 그대로 침대로 다가갔다. 얼씨구, 이불까지 감싸고 아주 가지가지한다.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거의 침대 끝에 누워있는 지민을 냅다 세게 밀어 떨어뜨렸다.


"아!!!"


커다란 고함 소리가 나는 것이 꽤나 장관이었지만, 넘어져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지민은 이내 고개를 들어 무섭도록 그를 쏘아봤다. 아니, 잘자고 있는 사람은 갑자기 왜 깨우는데?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집에 얹혀산지 겨우 5일밖에 안됐는데.


그 짧고도 긴 시간동안 알게 된 것은 극히 드물었다. 그의 이름이 민윤기라는 것과, 굉장히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 그리고 쓸데없이.


"오늘은 나 보고서만 쓰고 영화 보러 가자."


다정하다는 것.


"싫은데요. 내가 왜요."

"또 그러지. 그냥 보러 가자고 하면 좀 보러가. 너 바깥 공기도 안 마셨잖아."

"누가 부모 죽었는데 그런 걸 마셔요."


비싯, 지민의 입가가 언뜻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더는 할 말이 없어진 것만 같아 손에 들고있던 뒤집개를 들고 다시금 부엌으로 향했다. 이런, 다 타겠네. 그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부모의 죽음이 녀석에게 보이는 것 만큼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센 척 하는 것 뿐이라고. 밤마다 지민은 울었다. 숨 죽여 우는 것이 거실에서 다 들릴만큼 서럽게 울면서도 너무 서럽게 우는 탓에 함부로 위로도 못해주는 현실이 이상하게 미안했다.


항상 배고프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막상 차려주면 먹는 양은 극소했다. 한 두 숟가락 떠먹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지민에게 무어라 할 자격은 없었다. 녀석은 그렇게 센 척을 하면서도, 고집을 부리면서도.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더 자주 밖에 데리고 나가려 노력했다.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게. 증언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지민에게 얼마나 거북할 지는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억지로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받아오라는 것이 김 계장의 말이었지만 정작 증인의 상태가 이 따위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더 자겠다고 칭얼 거리는 지민의 등짝을 세게 후려쳤다. 아, 하고 탄식 어린 짜증이 튀어나왔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아프더라도 깊게 아프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 말이었다.



-



"그래서. 집은 어떻게 할건데."

"아저씨가 무슨 상관인데요."

"상관 있지. 일단 네 임시 보호자 역할이기도 하고. 너 우리집에 얹혀 살잖아."

"그거 아저씨가 멋대로 한 거잖아요. 그리고 그게 싫으면,"


나 당장이라도 나갈게요. 선뜻 가볍게 말하는 것이 진심 같아 급하게 막았다. 나갔다가 입이라도 돌아가면 네가 책임 질 거냐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성격이 원래 까칠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미워하기만 하는 것인지. 사실상 따지고 보면 후자인 것 같았다.


평소에 웃지 않는 얼굴을 보인다고 해도 다가가기만 하면 눈살을 찌푸렸으니까. 그럴만도 했다. 부모님의 죽음을 자꾸 캐묻고 파내려는 사람인데 그 아이의 입장에서 내가 뭐가 좋다고. 선뜻 보호자로서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보호자라고 해봤자 지민이 집을 구하면 그 마저도 없어질 인연이었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피의자의 재판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이 날 인연이었다. 덧없는 인연. 그렇다고 연장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지민은 제게 있어 그저 한순간 지나가는 아이였다.


동질감이 느껴져, 동정심이 느껴져 봐줬던 것 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의 감정도 존재하지를 않았다. 더군다나 존재해서는 안됐고. 차를 몰면서 핸들을 연신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그 모습을 흘긋 보더니 피식 웃는 지민과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신호등에 딱 걸린 상황이었기에 그 장면을 무마시키지 않고 되물을 수 있었다.


"왜 웃는데?"

"웃겨서요."

"그러니까 왜."

"지금 나 취조해요?"


검사 아니랄까봐. 중얼거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리기에 아예 턱을 괴고 옆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언뜻 놀란 표정으로 보더니 다시 피식 웃는다.


"왜 웃냐니까."

"이 차."

"응."

"저번주에 내 친구가 공으로 차서 맞춘 차, 맞죠?"

"맞는데. 왜?"

"그 때는 법대로 처벌 받아 보겠느냐 뭐느냐 엄청 시끄럽게 떠들더니."

"......"

"안 고치고 잘 다니나봐요?"


녀석은 정말 발부터 머리 끝까지 장난이 다분한 아이였다. 툭하면 무언가로 남을 놀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면서도 상처 입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마 천성은 착하겠지. 그것을 알기에 지금껏 쫓아내지 않은 것이니까. 문제는 이 장난이 본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사실이겠지만.


"아저씨."

"응."

"이제 우리 집 들어가도 된다고 하길래."

"어."

"팔았어요."


의외로 덤덤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팔아? 확실히 지민다운 발상이었다. 아파트를 팔아서. 어쩌려고.


"그 돈으로 자취방도 구했고요."

"아."

"그러니까 나 다음주부터는 나갈게요."

"그래. 잘됐네."

"그러니까 아저씨도 이제 더이상 내 삶에,"

"......"

"끼어들지 마세요."


왠지 모르게 차가운 읊조림이었다. 그러면서도 차에 나란히 타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현실성 있다는 생각에 비싯, 억지 웃음을 지었다.


JM BOTTOM/ONLY SUJ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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