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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만 10년 02

영화를 보자고 끌고와 놓고서는 밥까지 사먹이고 들어간다는 꼴이 우스웠다. 밥은 애초부터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입맛도 없었거니와 별다른 음식이 당기지 않았다. 그런 지민에게 그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스테이크. 고등학교 1학년은 한창 식욕이 왕성한 나이라는 것을 아는 것인지 윤기는 거절할 수 없는 수단을 만들어냈다.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거절할 사람은 없었다. 안 먹겠다고 계속 해서 거절했지만 무슨 심보인지 신사적인 미소만 띄운 채 그대로 지민의 말을 무시하고 코스 요리를 시켜 버리는 통에 입만 떡 벌리고 툴툴거렸다.


"진짜 제멋대로시네요."

"내가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안그래?"


저 웃음이 싫었다. 대체 진심으로 웃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어린애라고 봐주는 웃음인지 통 알 수가 없었으니까. 이제 와서 나가기도 그렇고. 게다가 호텔 레스토랑에 정장을 입은 한 남자와 후즐근하게 패딩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 두 명이 앉아있는 것은 꽤나 웃긴 광경이었다.


대체 밥 먹을 사람이 없다고 나까지 끌고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가려고 해도 밑에서 손으로 붙잡는 것이 온전히 느껴졌기에 밥 만큼은 먹고 나가기로 했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어차피 집에 들어가도 TV만 보고 앉아있을텐데 굳이 그래야 한다면 밖에서 무엇이든 해보자는 것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밖에 나가기도 싫었고, 방학에는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최고였으니까. 얼마 전 부모님의 검시가 끝났다는 말과 함께 지민에게 보러 오라는 소식이 들렸으나 가봤자 얼굴만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거니와 부모님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진 채 그 위로 선명하게 꿰멘 바늘자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구역질이 나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남은 돈으로 곧장 화장을 시키고 간단한 장례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역으로 묻는다면 굳이 그런 부모님의 시체를 볼 지민은 대체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하고 싶었다. 굳이 부모님의 마지막 인상을 해부 당한 시체 두 구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항상 웃으며 저녁을 차려주고 같이 밥을 먹던, 그저 행복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는 중요한 문자라도 왔는지 휴대폰을 집어들더니 이내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고서는 한숨을 내쉬는 꼴이 적잖게 곤란한 일인듯 싶었다.


"뭔데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거면 나한테 말해줘도 되는 거 아니에요?"

"알고싶어?"

"...아니요."


싱겁긴. 씨익 웃으면서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그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밖으로 향했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담배, 라고 입모양으로 언뜻 말하는 것을 보고 미간을 구겼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승용차에 축구공이 맞았을 때도 저 사람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어지간한 골초인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그의 모습이 눈 앞에서 보이지 않을만큼 멀어지자 지민은 무심하게 손을 뻗어 반대쪽에 놓여있는 그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검사라면서. 잠금 하나 걸어 놓지 않은 휴대폰은 금방 풀렸다. 기본 배경화면에서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은 참 그 다운 행동이었다.


익숙하게 메세지 버튼을 눌러 최근 목록을 훑었다. 맨 위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 계장'. 아, 지난 번 조사 때 만났던 그 아저씨? 분명 제 기억으로는 윤기의 앞 자리에 앉아 문서를 정리하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문자를 받고 왜 저런 반응인데. 친한 거 아니였어?


-검사님 보고서 파일 어제까지 주신다면서요...

-미안. 바빴어.

-어제도 바쁘시다면서요ㅠㅠ저도 마무리하고 퇴근해야죠

-나중에 보내줄게.

-나중 언제요...이번 주말에 시간 많으시다고 하셨잖아요 그 피해자 아들 때문에 그래요?

-아니야 그런 거.

-맞네 뭘. 신경 되게 쓰시네. 또 영화같은 거 보러 나왔죠 지금. 아 비상인 거 아시잖아요.

-알아.

-알면 좀 하세요!!! 살인 사건 연속으로 터져서 바빠 죽겠구만...쨌든 오늘 안으로 보내세요.

-그래.


뭐야, 이 문자들은. 쭉쭉 읽어내리다가 그대로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실소를 내뱉었다. 그러니까, 지금 검찰청은 비상인데 태평하신 민 검사님은 웬 피해자 아들 하나랑 노닥거리고 있다? 딱 그런 분위기인데. 안 그래도 그가 바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잠깐 밖에 나갔다 왔다 하면 정장을 갈아입지도 않고 서재에 틀어박혀 몇 시간이고 노트북만 두들겼으니까.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결국 철야를 했는지 거의 기어나오다 시피 걷는 그를 목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사실 별 생각 없었다. 시간 많다고, 나 오늘 시간 빈다는 말만 곧이 곧대로 믿었고 의심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굳이 자신의 보고서와 일들을 미루며, 고생을 하면서까지 끌고 나와서는 밥을 사 먹이고, 영화를 보여주고, 산책을 해준다는 것은 그에게 대체 어떤 의미인 것일까. 손에 들고있던 휴대폰을 다시 얌전히 그의 자리에 내려놓고서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쭉 들이켰다.


입 안에서 톡톡 쏘는 탄산들에 의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잠시, 고개만 푹 숙여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그저 동정심에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애 취급을 하는 것인지. 임시 보호자로 자청했던 것도 그렇고.


처음에는 그저 검사니까. 검사이기 때문에 증언을 받아내려 일부러 애를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검사나 변호사들은 다 그런 부류라고 여겨왔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근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 제 증언 없이도 사건 재판은 잘만 흘러가고 있었고 최근 들어 기소 했다는 그의 말도 들었으니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 싶었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아들인 지민의 증언이 필요 없게 됐다는 의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곁을 맴돌며 무엇인가 해주려고 하는 윤기의 심리는 대체 어떤 심리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아차, 하는 생각에 고개만 가로 저었다. 저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자취방을 구하면 인연이 끊기게 될 것이고 살인사건의 재판이 끝나게 되면 정말 모든 게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헛된 희망을 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의 친절에 기대게 될까 두려워 지는 것은.


"아직도 요리 안 나왔어?"

"네."

"어떻게 할래. 디저트도 먹고 갈까?"


그가 지나치게 다정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혹여 담배 냄새가 날까 입을 헹구고 왔는지 입가와 손에는 물기가 가득하다. 손수건을 들어 손을 닦더니 대답이 없는 지민을 뚫어져라 다시 쳐다보는 시선에 왠지 한번쯤은, 그 친절에 보답해줘도 되지 않나 싶은 생각에 언뜻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죠 뭐."



-



새로 구한 자취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혼자 쓰기에는 자그마한 고시방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임시 보호자라고 생각하는 김에 더 해줄 것이 남았는지 고시방만은 안된다며 발벗고 집까지 같이 봐 준 그가 새삼스레 다시 보였다.


탁 트인 창문으로 빛이 들어왔고 이만한 크기이면 혼자 사는데 적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적당한 집을 고른 것 같은데. 평소 방 안에 틀어박혀 잘 나오지도 않는 지민으로서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집이었다. 더군다나 문제점이 더 있었다. 집에서 쓰던 물건들을 들고 나와야 하는데.


"이게 영..."


찝찝했다. 부모님이 살해당한 그 날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집이다 보니 들어가기 꺼려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니, 살해당했다니, 아직 믿을 수 없는 것들만 잔뜩 있지만 돌이켜 보면 눈물도 거의 나지 않는 게 박지민이라는 인간이 생각보다 독한 인간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살해 현장은 도저히 그가 섭렵할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을 눈치 챈 것인지 예전 집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지민을 보더니 그가 한 마디 했다.


"몇 번이야, 비밀번호."

"왜요. 해주려고요?"

"어."


아니라고 단번에 거절할 줄 알았던 터라 장난끼 가득 웃고있던 얼굴은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푹하고 가라앉았다. 왜 이렇게도 사람이 다정한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건지. 우물쭈물 가만히 있는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다시 한 번 다그치자마자 움찔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 왜 화를 내요!"

"내가 언제 화를 냈어. 네가 멍하게 있으니까 그렇지. 몇 번이야."

"...모르는 사람한테 비밀번호 막 가르쳐주고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착한 아이네."


심술 궂은 표정으로 노려봐 봤자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익숙한듯 번호 4자리를 누르더니 그 안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조사 한다고 알고 있었을 게 분명했으니까. 지금 나 놀려?


"아저씨!!!"

"왜."

"알고 있었으면서 왜 물어봐요!"

"예의상?"


또 저 신사적인 웃음. 어차피 짐들은 방 안에 있는 옷들만 빼오면 되는 것이기에 간단했다. 몇 번이나 집 안을 들락 날락 거리며 산더미같은 박스들을 들고나오던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서있는 지민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웬만하면 좀 돕지?"

"아까 다 해주겠다면서요."

"짐을 가져와 준다고 했지. 가만히 서 있으라고는 안 한 것 같은데? 어서 짐 들어."


싫어요, 라고 대답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저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나는 뭐가 돼? 피실 웃으면서 여전히 애 취급을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커다란 손을 들어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서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을 보고 괜히 손을 들어 그가 매만졌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애 취급이야."


이상하게 괜스레 심술이 났다. 짐을 들려다가 다시금 짐을 갖고 나오는 그와 눈이 마주쳐 눈살을 찌푸리며 그대로 덩그러니 툭 차버렸다. 그걸 보자마자 피실 웃더니 아무말 없이 나와서 찼던 짐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주는 모습을 보고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왜 화 안 내요?"

"내주길 바래?"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요. 화 낼래요?"

"아니."

"왜요?"


내주지 않았으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무덤덤하게 그런 말을 하고서는 마지막 짐만 남았다는 제스처와 함께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입술만 앙다물었다. 자꾸만 윤기가 입은 검은 정장이 눈에 밟히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 같아서.


"됐다. 집에 옮기자."

"나머지는 내가 다 할게요. 아저씨는 집 가요."


사실, 조금은 걱정 어린 마음도 있었다. 보고서 잔뜩 밀려있는 것을 알기에. 어젯밤도 또 철야를 했다고 하던데 이런 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되려 그는 신경쓰는 티 하나 없이 그대로 양 손 가득 박스를 짊어졌다. 함부로 거절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얼굴을 하고서는.


"짐 거기 조그만 거 들고 따라올래? 차 태워줄게."

"...다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나 그냥 걸어갈래요."

"그러다 감기 걸려. 그렇게 되면 또 아저씨 탓이라고 징징 거리려고?"

"내가 뭐 애예요?"


툭 쏘아붙이며 조그마한 짐을 손에 들고 앞에 서있는 그를 일부러 밀치기라도 하듯 살짝 스쳐지나가며 앞서 나갔다. 아직 어리기는 한참 어려서. 보고있는 윤기로서는 그저 위태위태한 청춘일 뿐이었다. 저러다 넘어지면 또 안 아픈 척 일어서서 갈텐데. 천천히라도 가지.


근처에 따라붙어 가면 왜 따라오냐고 또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 일부러 걸음을 느리막하게 해 걸었다. 터벅 터벅 복도에 울리는 운동화 소리와 또각 또각 복도에 울리는 구두 소리가 대조되며 그들의 나이 차이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 소리가 더 듣기 싫어 앞에 있던 지민은 괜스레 더 걸음을 빨리 했다.


그 때문에 자꾸 시답잖은 것이 싫어졌다. 그가 신은 구두도. 그 구두 소리가 울리는 복도도.


예외 대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



"알바 시작했다며."


윤기가 사준 따뜻한 카라멜 마끼아또와 허니 브레드를 입 안에 한 가득 넣고있던 지민은 제 앞에 앉아있던 그의 말 한 마디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는 온통 크림 범벅을 해 놓고서는 알고나 있는지 그 말에 대답하려 웅얼거리듯 말하는 지민의 꼴이 우스워 그만 피실 웃고 말았다.


"아 왜 웃어요!"

"너 귀여워서."

"내가 귀여운 거랑 아저씨가 뭔 ㅅ..."

"알아. 뭔 상관이냐고?"

"......"


다정하고도 나긋나긋한 말투가 귓가에 울려 허니 브레드를 한 조각 더 먹기 위해 잠시 숙였던 고개를 들자 턱을 괴고 있는 그는 평소보다 훨씬 온화한 얼굴로 환하게 웃어주고 있었다. 괜히 그 얼굴을 보면 심장이 쿵쿵 거리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이런 마음이 대체 무슨 마음인지 알 턱이 없었다. 이상하게 자꾸만 그가 눈에 밟혔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감정이 아닐 거라고.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도 괜히 뜨거운 카라멜 마끼아또에 보글보글 거품을 만들며 테이블만 응시했다.


"지민아."


쿵.


왜 그렇게 단순히 부르는 그의 말 한마디에도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왜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귓가에 쿵쿵 거리는 소리가 자꾸만 울려 바깥 소리가 전부 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차가운 중저음으로 그렇게 다정하게 성까지 떼고 불러주면 이 쪽에서는 당연한 반응일지도.


"나 안 볼거야?"

"...내가 굳이 아저씨를 봐야 해요?"


사실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들킨다고 하더라도 별 말 없이 넘어갈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괜히 그랬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도 아니면서 괜히 그랬다. 일부러 제일 큰 조각의 허니브레드를 포크로 찍어 입 안에 한가득 넣었다. 우물우물 씹다가도 그가 보고있다는 시선이 느껴져 괜히 부담스러웠다.


"아 왜 자꾸 봐요!!!"

"보면 닳기라도 해?"

"돈 내고 보시던가요."

"재판 날짜 잡혔어."


그 말에 컵으로 가던 손길이 우뚝 멈췄다 다시 돌아왔다. 차마 컵을 들었지만 들이키지는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에 윤기는 적잖게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괴었다. 그렇게 멀쩡한 척을 하면서도 역시나 아직까지 상처가 깊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아침에 부모님을 다 잃었으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해가 갈 뿐이었지. 아니면 사실 이해해주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참 동안 말 없이 컵을 붙들고 있던 녀석은 몇 분이 지나서야 평소처럼 툭 내뱉는 말투로 말을 걸어왔다.


"언제인데요."

"이번주 금요일."

"아...나 그 날 알바 있는데."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과 테이블을 번갈아보는 지민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였다.


"걱정마. 어떻게 하던지 그 녀석은 무기 징역으로 감옥에 처넣을 테니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넣어야죠. 그게 검사가 할 일이죠."


뭘 또 새삼스럽게. 끝말을 중얼거리면서 빨대로 컵 안에 든 거품을 휘적거리던 지민은 이내 그가 아무 대답이 없자 언뜻 고개를 들어 동태를 살폈다. 무표정으로 화내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표정은 의외였다. 입동굴까지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서는. 고개를 숙여 두어번 쿡쿡 웃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혀로 입술을 한 번 훑는 것이 어지간히 육감적으로 보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미쳤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으나 이미 들어버린 생각을 어떻게 주체하겠는가. 애꿎은 눈만 자꾸 그의 입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당연하지. 내가 검사인데."

"......"

"걱정하지 말고 알바 하고 있어. 끝나면 갈게. 어디서 하는데?"

"...편의점."

"어?"

"편의점 알바 한다고요. 사거리 근처에."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윤기는 이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 두들겼다. 마치고 차로 데려다주러 가면 딱일듯 싶었다. 재판은 오후 3시부터 시작이었으니 이만하면 증거도 충분했고, 게다가 국선 전담 변호사가 선다고 하니 꽤나 빨리 끝날듯 싶었다.


애초에 그는 빠져나갈 틈 없이 사건을 정리해 기소하는 것으로 유명한 검사였다. 사실상 지민이 법조계에 아는 인물도 없고, 알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알고있는 사실이 극히 드물었지만 젊은 25이라는 나이에 그만큼 명성이 자자한 검사는 윤기밖에 없었다.


굳이 그는 그 점을 자랑하거나 자만하려 들지 않았다. 어찌보면 그래서 더 주위 검사들에게 신망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허니 브렌드 한 조각까지 입 안에 욱여넣는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배 부르면 다 안 먹어도 된다고 말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네.


"갈까?"

"그럼 안 가요?"


노려보며 우물우물 씹던 지민은 카라멜 마끼아또가 아직 충분히 덜 식었음에도 그 사실을 잊고 그대로 들이키다 기어이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사고 하나 칠 줄은 알았지만. 여전히 기침을 멎지 못하고 쿨럭 쿨럭 연달아 입을 막는 지민에게 다가가 휴지를 잔뜩 건넸다.


"급하게 마시니까 그렇지."


굳이 닦아줄 필요는 없는데. 기침을 하면서도 그가 휴지를 들고 입가를 닦아주는 것이 곧이곧대로 느껴져서 곤혹스러웠다. 그의 손길이 닿이는 족족 화끈거리듯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창피해졌다.





JM BOTTOM/ONLY SUJ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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