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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미 02

허벅지가 아릿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보고, 응급처치를 해준다는 바쁜 명목 하에 고통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지만. 자신과 수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응급차에 실려 병원이로 이송된 다음 긴장이 풀려서인지 한번에 몰려오는 고통은 꽤나 참기 힘든 것이었다.


잔뜩 동여멘 거즈 사이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상식적으로도 깊게 파인 상처라는 것은 아까 봤을 때도 직감했으나, 몇 번 무리를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상처가 벌어지다니. 그대로 도로 갓길에 주저앉은 짐읹은 고통에 찬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병원에 가기 전까지 꿰메던가 어떻게 해야할 것 같은데. 게다가 이 상태로 병원에 갔다가는 수현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사고가 날 뻔 했음은 물론이고, 당번 때려치고 어딜 갔다 왔느냐는 선배들의 타박이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수현이를 다른 수단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아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목소리가 이 모든 사고들이 죄다 병원 탓이라며 고소를 해올 것이 상상돼 차마 병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사고에 휘말린 사실이며 다친 사실이며 죄다 숨겨야 할 것들 뿐이었다. 다행인 것은 자신이 의사이고, 최근까지도 봉합을 연습하며 꾸중을 들었던 인턴이라는 사실이었다. 거의 없는 기력으로 구급 키트를 꺼내와 바닥에 놓은 지민은 한숨을 내쉬며 허벅지에 감싸고 있던 거즈를 한 장, 한 장 천천히 풀어내렸다.


이런 구급차에 마취약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전부 자신의 힘, 자신의 여력으로 해야하는 치료. 얼마의 고통이 느껴질 지는 차마 상상할 수 없었으나, 죽을만큼 아프겠구나 하는 것은 직감할 수 있었다. 거즈를 벗기자마자 드러나는 허벅지는 생각보다 가관이었다.


벌어진 상처며, 그 사이로 새어나오고 있는 핏덩이들과 깨끗히 닦아낸다고 닦아냈는데도 허벅지 위에 묻은 흙들과 유리의 잔해들, 검고 매캐한 찌꺼기. 알코올로 다시 닦아내야만 할 것 같은데, 그 마저도 아파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꿀꺽 침을 삼키고 알코올을 집어든 짐읹은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허벅지에 들이부었다.


"으윽..."


단연 느껴지는 고통은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바늘이 살을 꿰뚫지도 않았으니 이것은 세 발의 피라는 생각으로 허벅지를 바라봤다. 한번에 피가 씻겨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껍질이 뜯어져 벌어진 상처 위로 다시 피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급하게 꿰메지 않다가는 흉터는 불사하고 2차 감염까지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긴 숨을 들이켰다 내쉬며 바늘과 실을 집어들었다. 실을 꿰는데도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몇 번이고 헛손질을 했으나, 저번에 연습했던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지민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서 허벅지의 상처를 잡고 그 위를 꿰메기 시작했다.


"으븝...으..."


상처를 제대로 꿰메려면 눈을 감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눈물이 뚝뚝 새어나오고, 꽉 다문 어금니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으나, 허벅지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해. 너무 아파. 흐릿해져가는 시선 탓에 바늘을 잡은 손은 달달 떨리고 있었다.


멈춰서 했다가는 더 아플 것 같은데. 이상하게 꽉 깨문 입술에서는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그럴 때 쯔음.


"의사라면서."

"......"

"그렇게 꿰메면 흉진다는 것도 안 배웠어?"


어디서 한 번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가 귓전에서 울렸다. 피로 잔뜩 물든 두 손 탓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수도 없는 상황에 누구지, 싶었던 찰나에 목소리의 주인은 커다란 손을 뻗어 지민의 두 눈을 꾹꾹 닦아내 주었다. 그제서야 드러난 인영에 지민은 그저 두 눈을 깜박일 수밖에 없었다.


"어..."

"아프면 병원을 가던가. 칠칠맞기는."

"......"

"바늘."

"네...?"

"달라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누군지 머릿속에 스치기 시작했다. 아까 인큐베이터를 삽입할 때 옆에 있었던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던 그 구급대원. 다른 사람이 대장님 인가 뭔가로 부르긴 하던데. 주황색의 유니폼은 어느새 벗어던진 것인지 검은 반팔 하나만 입은 채 자신의 앞에 수그려 앉아 시선을 맞춘 그는 손을 내뻗어 바늘을 달라는 말을 내뱉었다.


바늘을? 왜?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자 그는 언제 집어든 것인지 알코올을 손에 들이 붓고 있었다.


"넌 대체 애가 멍청한 건지, 바보같은 건지."

"네...?"

"구조 대원으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너같은 독종은 처음본다, 처음 봐. 마취도 안 하고 상처를 꿰메?"

"무, 무슨 상관인데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자신보다 훨씬 나잇대가 있어보이는 사람에게 그렇게 소리를 질러본 것은 어떻게 보면 살아가면서 처음.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이 된 이후로 하도 윗사람에게 갈굼을 많이 당해서 그런지, 조금의 복수심이 들어있는 행동일 수도 있겠다며 혼자 생각해보았으나 그게 변명이 될 리는 없었다.


언제 갖고온 것인지 한 손에 쥔 주사기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을 하던 그는 지민이 빼액 소리지르는 것을 보고 허탈하게 허, 하고 웃어넘겼다.


"꼬마 주제에 성깔 있네."

"......"

"됐고. 손 치워봐."


자꾸만 꼬마라고 부르는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으나,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어오는 얼굴이 생각보다 가까워 그만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 주사기, 대체 뭐야?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그가 하는 행동을 얌전히 지켜보고 있던 지민은 주사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고민하며 허벅지를 살펴보는 윤기를 보다 웅얼거렸다.


"저기...그 주사는..."

"마취약. 보면 몰라?"


보면 모르니까 질문한건데요...속에서 흘러나오려는 대답을 꾹 참고 그를 지그시 바라보니 이내 피실 웃은 그는 허벅지에 주사기를 꽂아넣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가뜩이나 아픈 허벅지에 날카로운 주사 바늘이 닿자 느껴지는 고통에 순간 움찔하자 그는 쉬이, 라고 말하며 잔잔하게 허벅지를 토닥여줬다.


"마취약 다 들어가면 꿰멜게. 그래도 2차 감염 있으니까 병원 들려서 소독하는 건 잊지말고."

"......"

"아, 의사니까 이 정도는 다 아나?"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은 그는 몇 분 동안 말없이 허벅지를 이리 저리로 꾹 꾹 눌러보더니 이내 지민의 반응이 없어진 시점을 틈타 바늘과 실을 집어들었다. 사실, 손을 소독할 때도 마취약을 주사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의사 맞나, 싶을 정도의 봉합 솜씨에 피식 웃음이 났다.


자기 허벅지를 꿰메려 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데가 없었을 테고. 힘들었을 심정은 이해가 갔지만 채 1/3도 꿰메지 못한 허벅지는 처참한 상태였다. 제대로 바늘이 들어가지 않아 헛손질 한 부분도 보이는 것 같았고, 삐뚤빼뚤 한 것이 봐줄만한 봉합은 아니었으니까.


자신의 허벅지를 누군가가 꿰메준다는 사실은 아마 누구에게나 공포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설령 지금 만지고 있는 상처의 주인이 나이가 어린 의사라고 할 지라도 인간에게 다가오는 공포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있는 것이었다.


한숨을 푹 내쉬고 잠시 고개를 들자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술을 앙다문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인큐베이터를 삽입할 때는 혼자 멋있는 척 다 하더니. 애는 애였다.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내줘야 한다는 생각에 바늘을 들고 한 바늘 한 바늘 조심스럽게 살을 스치기 시작했다.


"아프냐."


마취약이 잘 들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바늘이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는 녀석을 보다 한 마디 건넸다.


"네...?"

"아프냐고."

"아...아니요..."

"그런데 너."


왜 떨어. 끝까지 깔끔하게 꿰멘 후에야 봉합을 하고 실을 끊어낸 윤기는 눈썹을 으쓱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까까지 운 탓인지 붉은 눈가가 시선에 한가득 담겼다. 겁을 주려고 했던 것은 본의가 아니었으나, 추궁하는듯한 말투에 놀란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그는 생각보다 꽤.


"무서워서요..."


귀여운 대답을 내뱉었다.


웅얼거리며 무섭다는 말을 하는 지민을 보고 그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구급 대원 일을 하면서 이렇게 쾌활하게 웃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으나,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병아리처럼 중얼거리는 그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웃어요..."

"...너 귀여워서."

"네...?"


오랜만에 웃었네.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윤기는 곁에 놓여진 에탄올과 바늘, 그리고 실을 챙겨 구급차에 실었다. 마무리를 완전히 지어주지는 않은 탓에 뭔가 자신에게 따지고 싶은 것은 있는 눈치였으나, 차마 일어서지 못하고 허둥지둥 근처에 놓인 붕대를 찾아 허벅지에 감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그는 가까이 다가가 머리 위로 턱하니 손을 올렸다.


"꼬마야."

"......"

"앞으로도 변하지 마라."

"......"


그는 그 말을 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나타날 때는 괜히 나타나서 시비를 걸더니, 왜 환자도 그렇고 저 사람도 그렇고 하나같이 사라질 때는 제멋대로야? 아픈 허벅지와 동시에 마취가 풀리지 않은 탓에 일어서지도 못하는 지민은 그 새 다른 구급 대원들이 다가와 철수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를 차마 붙잡지 못했다.


끝까지 꼬마라고 부르는 언행은 마음에 들지 않아 입술을 삐죽였으나 그에게 감사해야할 부분이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할 사실이었다.


"이름도..."


나 아직 이름도 못 불어봤는데...


아쉬운 생각을 남기며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구조 대원들 사이에 섞여 신원 보호를 받던 수현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피곤한 몸을 집에 이끔으로서 그렇게 그 사건은.


막을 내렸다.



*



'어젯밤 브레이크 고장으로 고속도로 위 아찔한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사상자는...'


"와, 미쳤다. 어젯밤에 응급실 저 사고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박지민 너도 알지?"

"응..."


알다마다. 내가 저 곳에 있었는데. 차마 뒷말은 하지 못하고 뒤로 삼킨 채 옆에서 자신을 퍽퍽 치는 태형을 흘긋 바라봤다. 차트 정리해 두라고 치프님이 말한 지가 언제인데. 녀석은 이미 한 환자의 방에서 새어나오는 뉴스 소리에 집중하기 바쁜 것 같았다.


"야아, 너 빨리 이거 해. 그러다 치프 님 보시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알겠어. 누가 안 한대?"


툴툴 거리던 태형은 여전히 시선을 TV에 둔 채 데스크 안으로 들어왔다. 가뜩이나 어젯밤 수현이가 동호수를 기억 못해서 이리 저리로 경비실을 돌며 물으러 다녔던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필 오늘 차트 정리 담당이랄 게 뭐람. 어제 제멋대로 수현이 바래다 줘서 천벌 받은건가.


지민이 어젯밤 병원을 나갔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간 길게 당직을 섰던 성실한 인턴이니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다, 뭐 그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병동 내에서 가장 친한 태형에게도 차마 말 못할 진실이었으나, 지금은 숨길 필요가 있을듯 싶었다.


환자를 사적으로 데려다 준 것도 모자라 허벅지까지 사고로 다쳐왔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혼이 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될까. 생각보다 아찔한 생각에 지민은 절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혼자 차트를 정리하며 꿋꿋하게 일을 하고있는 모습도 볼만했으나. 어째 태형은 차트를 정리하다 말고 자꾸만 흘긋 흘긋 다른 병실을 둘러보느라 바쁜 것 같았다.


"야 김태형."

"왜."

"너 구조 대원 분들이랑 친하지?"


와, 저거 맛있겠다 라며 다른 병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태형은 지민의 입에서 생각 외의 질문이 나오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까지 질문만 했다가는 응급 처치에 대한 자세한 방법이니 저번에 교수님이 말씀해주시던 거 필기한 거 있냐느니 그런 시시콜콜한 병원 얘기 뿐이었는데 모범생이라면 모범생에 가까운 지민이 제게 그런 말을 하니 한 편으로는 반갑기도, 한 편으로는 신기한 마음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형님이 안 친한 사람 봤냐? 다 친하지. 근데 왜."

"아니이...뭐...혹시 그런 사람도 알아?"

"누구."

"얼굴은 하얗고...음...마른 편인데 근육은 좀 붙었고...어어...눈에 각진 사람!"


나름 묘사를 하려던 것인지 들고있던 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눈을 가로로 쭉 찢는 지민을 보고 태형은 그만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구조 대원들과 친하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지민의 말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태형의 판단이었다. 그런 사람이 한 둘도 아니고.


"남자야, 여자야?"

"남자! 아 그리고...나랑 키가 비슷하고, 좀..."

"좀?"

"날카로운데...무섭고..."

"무섭다고?"


흠, 지민의 말에 턱을 쓸며 고민하던 태형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아무리 발이 넓다지만 그런 사람은 모르겠어, 라고 대답하며. 구급 대원 중에 무서운 사람은 여럿 있었으나 지민이 말한 조건을 충족하며 무서운 사람이라고는 태형의 머릿속에 생각나는 이는 없었다.


게다가 무섭다고 해도 외양이 무서운 것이지 성격은 전부 친절하셔서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정신을 갖고있는데 무서울 리가. 되려 외모 때문에 콤플렉스가 생긴 대원 분들도 여럿 봐온 태형은 그저 지민의 말이 신기할 뿐이었다.


"야 그보다 오늘 일 마치면 술이나 한 ㅈ..."


그때였다. 멀쩡하게 얘기하고 있던 두 사람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린 것은. 뚜루루, 하고 울리는 다급한 소리의 전화기에 둘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봐도 응급실 콜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또 사고가 터졌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느낄 뿐이었다.


전화를 받아들자 득달같이 들려오는 것인 외과 전문의 선생님의 목소리.


-너희들 빨리 내려와!!! 지금 난리니까!!!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만 같아 전화기를 뚝 끊고 차트를 내려놓은 채 죽어라 달렸다. 수많은 환자들이 스쳐 지나가고, 수많은 의사들이 스쳐가는 상황에서 어젯밤 자신의 허벅지를 꿰메 준 구급 대원 하나를 떠올린다는 것은 조금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과 동시에 아직까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아직 뛰기에는 제대로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이미 응급실을 향하고 있었다.


"환자 상태는요?"


차트를 작성하고 있던 곳이 3층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면 금방이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지민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었다. 잔뜩 이송되어 들어오는 환자들을 보며 바싹 타들어가는 목을 가까스로 다스리며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달려가는데.


"아."


그만 마주치고 말았다.


검은 머리칼에 하얀 얼굴. 각진 뼈대와 날카롭고 시원한 눈매. 주황색 유니폼을 걸친 채 다친 소아 환자를 품에 안고 달려오는 그 사람. 어젯밤 만났던 바로 그 구급대원.


"아."


그도 자신을 본 것인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애매하고 흐리멍텅한 기운이 맴돌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순간동안 눈을 맞추고 있던 둘 중 먼저 입을 연 쪽은 윤기였다.


"3중 추돌 사고. 소아 환자야. 다친 곳은 없는데 부모님이 두 분 다 기절 상태라서 쇼크가 온 것 같아."

"아, 넵."

"환자 이송 더 들어올거니까 준비 하라고 알려."


이름이 뭐에요? 어디서 일해요? 나이는 어떻게 돼요?


그 때 나를 왜 구해줬어요?


라고 묻고싶은 질문은 산더미인데. 피가 잔뜩 묻은 그의 유니폼을 보자 머릿속이 말끔하게 정리됐다. 나는 지금 사적으로 움직이면 안돼. 집중, 또 집중.


"선생님!!! 신경외과 전문의 콜 넣어주세요!"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하기 이전에 나는 의사니까.

JM BOTTOM/ONLY SUJ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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