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오버 로테이션 20

경기는 최종으로 다달아가고 있었다. 한 달도 안돼서 러시아로 도착해 출전하게 될 것이고, 그 후에 상을 받게 되면.


"은퇴하는 건가."


서울의 밤공기는 차가웠다. 문득 그렇게 생각하며 입 밖으로 내뱉자 훅하고 나오는 입김에 눈만 껌뻑였다. 은퇴라는 단어는 멀고도 멀게 느껴졌는데 막상 앞에 다가오니 서러울만큼 삶이 퍽퍽하게 느껴졌다. 사실, 25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윤기에게 있어 스케이트 이외의 다른 삶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존재할 수도 없었거니와, 학창 시절 내내 연습이라는 명목으로 허구언 날 학교를 빠진 탓에 친구도 없었고,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었고, 더군다나 부모나 형과는 거리가 먼 사이였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밤거리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감성이 깊어졌다.


이런 생각을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고작 25년 살아놓고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피실 웃고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습은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다. 러시아에서 다쳤던 발목도 제기능을 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순순히 안무를 전부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을 썩이던 4회전 플립도 완벽하게 해내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신경 쓰이는 유일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박지민."


그 아이였다. 낯설다는 어투로 뭉툭한 그 세 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어 보다가 포슬포슬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채하지 못하고 그대로 웃었다. 생각할수록 이름 그대로 참 뭉툭한 아이였다. 성격도 뭉툭해, 키도 뭉툭해, 뭐 하나 뭉툭하지 않은 점이 없었다.


그래서 지민이 좋았다. 스케이트로 만나게 된 인연이었으니 혹여 스케이트를 관두면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결에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었다. 예전이라면 되려 편할 상황들이 점점 꼬이고 있었다.


나 자신만 생각하면 됐던 경기가 소중한 사람이 볼 경기라고 생각하니 동작 하나하나가 소중해졌고 그에 상응할 각오가 부족해졌다.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헤어지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나는 과연 그 아이하고 헤어지고도 잘 살 수 있나.


이런 걱정이 근본적으로 흘러나왔던 것은 최근 드라마 하나를 본 이후였다. 연애에 초보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는터라, 지민에게 항상 제대로 대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 뭔가 신경이라도 더 써주고 싶은데 했다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실패 뿐이니.


그렇다고 해서 연애에 능한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까 언급했듯, 그는 친구가 없으니까. 더군다나 연애에 능한 친구라면 더더욱. 결론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멜로 드라마와 영화들 뿐이었다. 꽤나 구식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상관없었다. 구식이든, 신식이든. 도움만 되면 끝이니까.


짧은 시간동안 꽤나 많은 드라마를 보고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왜 저렇게 중간 중간에 시련이 많아?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지는 장면들이었다. 허구언 날 방해하는 녀석이 등장하고, 허구언 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연애가 원래 그런건가. 조금 순탄하게 가면 안돼? 스스로 물어봤자 대답이 나올리도 없고. 드라마에서 보면 언제나 주인공이 상대의 뺨을 친다던가 아니면 울면서 이별을 고하고는 했다. 지민이 먼저 뺨을 갈긴다거나, 울면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서울 한복판에서 걸음이 우뚝 멈췄다.


생각만해도 오한이 서리는 일이었다. 헤어지는 것은 싫었다. 명백하게 싫었다. 스케이트를 관두는 것보다 배는 더 싫었다. 그렇다고 속박해 둘수도 없는 노릇. 때이른 걱정이 아닌가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자꾸만 기분이 암울해졌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연애를 하면서 온전히 순탄하게만은 갈 수 없는 모양인 것 같았으니까. 그런 순탄한 연애, 일반 사람들도 힘들다는데 더군다나 지민과의 연애에서 가능할까. 그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리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이상하게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었다. 화려한 네온 사인과 반짝이는 불빛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온전히 자기만의 불빛을 고수하며 우뚝 서있는 가게 하나. 어디선가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쥬얼리 가게였다.


이상하게 평소라면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을 그 가게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아니, 솔직히 말해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에 밟혔다. 혼자 들어가기도 뭣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가 기어이 머리를 거칠게 헤집으며 가게 안으로 걸음을 돌렸다.


"어서오세요!"


안에 들어가자마자 경쾌하게 울리는 여자 점원에 머쓱해졌다. 괜히 들어왔나. 가게의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했고, 생각보다 화려했고, 생각보다 반짝였다. 반지들과 목거리로만 가득찬 이 가게에 자신만 혼자 동 떨어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어..."

"뭐 보러 오셨어요?"

"......"


사실, 딱히 뭔가를 보러 들어온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물으니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말그대로 이끌려서 들어왔고 그게 다였으니까.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다가 무심결에 대답했다.


"반지요."

"아, 반지 보러 오셨구나. 이리 오세요, 디자인 보여드릴게요. 애인 분께 선물해 드릴 거예요? 아니면 본인이..."

"그게..."

"어, 혹시 민윤기 선수 아니세요?"

"네? 아. 그런데요."


뒤이어 긍정의 대답을 들은 점원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전부터 팬이었다는 둥, 직접 만나서 영광이라는 둥. 전혀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나열하다가 본분을 깨달았는지 다시금 반지 디자인 코너로 안내하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죄송해요, 제가 제 말만 했네요. 아까 뭐라고 하셨죠? 애인 분께 선물할 거라고 하셨나요?"

"......"


애인이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귀게 된 이후로 준 선물이 하나도 없었다. 손을 잡고 키스까지 했는데도 둘 사이에 물건으로 하여금 접점이 하나도 없다니. 생각보다 허탈한 감정에 피식 웃어보이기만 했다. 사귀게 된 시점이 경기를 앞두지 않은 몇 달 전이라 제대로된 데이트도 한 번 못해봤고.


유난히 텅 비었던 지민의 손가락들이 생각나서 뒷머리만 긁적거렸다.


"네, 애인이요."

"프로포즈용으로 쓰시는 거세요? 아니면 그냥 선물하시는 거세요?"


점원의 말에 우뚝 멈췄다가 자연스럽게 피식 웃었다.


"프로포즈용은 다음에 다시 맞추러 올게요."


그 말에 활짝 웃은 점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그럼 이 쪽으로 오세요."


점원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확실히 익숙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정확하게도 파악한 디자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지민의 취향에 딱 맞는 반지가 여럿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도 있었고. 그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띈 것은.


"이걸로 보여주세요."

"아. 이 루비 반지 얼마 전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뉴얼 된 건데, 안목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지금 국내에서는 이거 하나밖에 없는 모델이에요."

"그건 상관없고. 지금 당장 포장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해요. 실례지만 애인 분 반지 사이즈가...?"


그 말에 사고회로가 마치 정지된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반지 사이즈를 몰랐다. 몇 호를 쓰는지 알 턱도 없거니와 평소에 그런 대화를 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거 하나 자각하지 못하고 반지를 맞추러 왔다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지어보였다.


"죄송해요, 반지 사이즈 생각을 못했네요."

"아..."

"알아서 다음에 또 올게요."

"아니면 평균 남성분 사이즈로 드릴까요?"

"네?"


점원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보통 다 비슷비슷 하시거든요. 약지에 끼실 거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아.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건네주고 싶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같은 반지를 윤기의 것으로 총 두 개 주문을 해서 결제했다. 곱게 싸여진 조그마한 선물 박스에 반지가 들어가 있을 것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려서 참을수가 없었다.


두 상자를 집어들고서 집을 향했다.



-



"윤기씨, 안 피곤해요?"

"어?"


오늘 하루 종일 연습했잖아요. 아까부터 유독 말이 없는 윤기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인지. 넋을 놓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그는 지민의 말에 그제서야 시선을 돌렸다. 무슨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서운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유독 오늘따라 이렇게 말이 없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운전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운전은 하루 하루 교대로 하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하루 종일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만 하던 그를 배려해주기로 했으니까.


사귀고 난 이후로 이런 일은 없어서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제대로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 더 답답했다. 그가 대충 걸친 스포츠 져지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춥게 입고도 괜찮을까, 저 사람. 한숨을 푹 푹 내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지만 자꾸 한숨이 나왔다.


평소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언제나 윤기와 다정한 말을 나눴다. 애초부터 성격이 다정하지 않은 터라 돌아오는 대답이 언제나 바라는 답이 아닐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런 그에게 반해서 사귀게 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경우는 좀 예외였다.


혹시, 질렸나? 그런거야? 연애를 처음 해보는 지민으로서는 달리 생각해볼 차선책이 없었다. 아까부터 말도 없거니와 대화를 시도해봐도 시큰둥하고. 제대로 답해주는 것도 없고.


권태기가 올 시기는 아닌 것 같은데도 자꾸만 그랬다.


"윤기씨,"

"어."

"오늘 있잖아ㅇ..."

"박지민."

"...네?"


갑자기 성을 붙이고 중저음으로 불러오는 그의 목소리에 우뚝 말을 멈췄다. 때를 맞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 걸려버린 신호등에 운전에 집중을 하지도 못하고 밖과 윤기의 얼굴만을 번갈아 바라봤다. 불러 놨으면 말을 할 것이지 입을 꾹 닫고있는 그를 애꿎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속이 새까맣게 타다 못해 재가 될 것만 같았다.


"우리 오늘 좀 걸을까."

"네...?"

"싫어?"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니구...그냥..."

"싫으면 말고."

"그런 거 아니에요."


윤기의 말에 얼굴이 빨갛게 익어가는 것을 느꼈다. 걷자니, 너무 오랜만인 일이었다. 바쁘기도 한참 바빴고, 선뜻 먼저 걷자는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심장이 다시 쿵쿵 뛰는 것만 같았다. 설마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


다행히 아직 이별은 미뤄진 모양이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버린 지민은 입꼬리를 티 안나게 살풋 올렸다.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어느 순간 윤기의 집 근처로 도착해버리자 그는 지민보다 더 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


허둥지둥 따라서 내린 지민은 생각보다 찬 공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코트만 입고 와서 그런가. 아침에 패딩을 입고갈까 말까 고민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냥 입고 나올걸. 그렇게 달달 떠는 모습을 보고있던 윤기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입고 나오래."

"아니...저는..."

"그러다 감기 걸리면 누가 책임 지라고."

"윤기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지민은 생각도 못했다는 듯 어이없는 웃음을 얼굴 한가득 띄우는 그를 바라보며 옆에 달라붙었다. 그게 마냥 싫지는 않은지 그대로 받아주는 윤기의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어때요, 이러고 있으면 안 춥잖아요."

"빼."

"아아, 왜요."

"나 손 차가워, 지금. 잡아봤자 너만 더 추워."


묵묵하게 말을 내뱉는 윤기를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웃어보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지민만 생각해주는 사람이었다. 손이 차가우니까 잡지 말라니. 참 그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겉은 차가운 척 하지만 속은 너무나도 여리고 따듯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민은 알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 손 따뜻하니까. 윤기씨 손도 곧 있으면 따뜻해 질거예요."

"...너는 대체."


피식 웃는 윤기를 끌고 먼저 앞으로 향했다. 그의 아파트 주변은 조성이 잘되어 있는 편이라 산책으로도 그만이었다. 사뿐 사뿐 걷다가 한번씩 그를 올려다보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놀라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얼굴이 새빨개진 것이 드러나지 않는 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그렇게 걷고서 그가 무겁게 입을 뗐다.


"박지민."

"네?"

"나 경기 끝나면,"

"네..."

"......"

"...?"

"아니다."


갑자기 김새게 대답도 하지 않고 한숨만 푹 내쉬는 그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뭐예요!"

"왜."

"궁금하잖아요!"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니니까 더 궁금해요!"

"......"


악을 쓰며 똑바로 쳐다봤지만 별 반응이 없는 그는 이내 다시 하늘을 바라볼 뿐 더 이상의 언질을 주지는 않았다. 별 거 아니라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증폭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 놓고서 잘라버리는 것은 아무리 봐도 윤기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짜증스러운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볼만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다른 생각을 하다 갑작스레 생각난 것인지. 뒤이어 그의 주머니 속에 넣고 있던 손에 따뜻한 감촉이 맴돌았다. 그 생생한 느낌에 놀라 눈을 번쩍 뜨며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 할 뿐 아무말도 없는 윤기를 보고 눈만 깜빡였다.


애초부터 손을 잘 잡지 않는 터라 이번에도 지민만 덩그러니 혼자 그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그 손을 맞잡아왔던 것이다. 깍지 낀 손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사람을 있는 만큼 다 설레게 해 놓고서는 그는 다시금 우뚝 멈춰섰다.


"지민아."

"......"

"이거."


그가 다른 한 쪽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조그마한 직사각형의 선물 상자였다. 크기는 손바닥 안에 들어올만한 것이었고 생애생전 이런 사이즈의 선물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눈만 휘동그랗게 뜨며 그의 얼굴과 선물을 번갈아봤다.


"이, 이게 뭐예요?"

"그냥."


무뚝뚝한 얼굴로 건네는 모습에 입만 어버버 거렸다. 설마 이거 주려고 같이 걷자고 했던 거야? 답지 않은 그의 행동이 이것 때문인가 싶어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에게 선물을 주려고,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나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그저 그의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 오로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정직한 그의 반응에 좋으면서도 부끄러울 뿐이었다.


"나 손 떨어지겠는데. 그만 좀 받지?"

    "아, 네!!!"


언뜻 독촉하는 그의 목소리에 주머니에 넣고있던 다른 한 손도 마저 빼 조심스레 그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이거 근데 뭐예요...?"

"풀어보면 알 거 아니야."


그의 말에 서둘러 감긴 흰색의 리본을 풀었다. 남색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자마자 그대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 커다란 비명 소리에 놀란 것인지 미간을 구긴 윤기는 곧이어 반응을 살피기라도 하듯 지민의 얼굴을 똑바로 눈에 담았다. 상자 안에서 반짝이고 있는 반지 하나에 그대로 지민의 눈이 꽂혀있었다.


좋은 것인지 싫은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기에 마음이 괜스레 복잡했다. 마음에 안 드나. 역시 같이 데리고 갈 걸 그랬나. 조바심까지 나는 것은 덤이었다. 1분이 다 지나가는데도 아무 말 없이 계속 반지를 응시하는 것을 보고 역시 이 반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싶어 다른 디자인으로 새로 바꿔 오겠다고 말하려던 차에 그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야."

"......"

"너, 너 임마. 왜 울어."


마주친 시선 한 가득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렁그렁 가까스로 매달려 있더니 뒤이어 뚝뚝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보다가 당황해서 그대로 얼굴을 맞잡았다. 울 것 까지는 없잖아.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나. 성급한 마음에 급히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멈출 줄을 모르는 것만 같았다.

JM BOTTOM/ONLY SUJIM

짐데렐라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6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